서평

[유전자 임팩트] 당신은 편집될 수 있다.

D cron 2021. 6. 13. 23:57

AI가 한창 떠오르는 2021년 나는 AI만큼, 혹은 AI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유발하지만 대중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기술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게 무엇이길래 지금 4차산업혁명이라는 태풍의 눈에 있는 AI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단 말인가? 그 이유는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유전자 가위로 인간의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말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형질 (IQ, 눈 색깔, 키, 등등)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던 신의 영역에 인간이 도달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기술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기술이다. 그러나 크리스퍼가 그토록 혁신적인 이유는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 2세대 유전자 가위인 탈렌보다 싸고, 비교적 다루기 쉬운 3세대 유전자 가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서 쉽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이다.

또한 크리스퍼의 특별한 점은 모든 생물의 모든 유전자에 포함된 어떠한 DNA 염기서열이든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물체에는 전부 똑같은 네 글자 알파벳으로 작성된 불활성 DNA 암호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2003년에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4가지의 문자(A,G,C,T)로 이루어진 인간의 DNA 염기서열 32억개를 모두 읽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 DNA를 읽었으니까 인간에 대한 모든 비밀은 풀렸고, 이제 고칠 수 없는 병은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만여개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여담으로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는 1만여개나 된다고 한다! 나는 한 가지 유전자가 인간의 한 형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형질에는 정말 다양한 유전자들이 관여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전혀 모르는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한 상황은 결국 사건을 만난다.

 

2018년 중국에서 생식세포를 크리스퍼 가위로 편집한 루루와 나나가 태어난 것이다. 우리는 공상 과학에서만 보던 일을 현실로 겪었다. 과학 저술가 에드 용은 의학적, 윤리적 문제를 세부적으로 나열했는데,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연구는 의학적으로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된 연구가 아니었다.

2. 편집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3. 새로 생긴 돌연변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4. 연구가 은밀하게 진행됐다.

5. 국제사회의 공통 의견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

6. 연구가 선의로 실시됐다고 할 만한 근거는 없다.

 

이 연구는 의학과 윤리학이 넘지 말라고 정해 놓은 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식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동물에도 적용되어 복제된 양도 태어났고, 유전자 편집이 된 아기도 태어난 마당에 실행 기술은 충분하며, 이런 연구를 은밀하게 진행한다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리고 현재의 지식 수준으로는 유전자 편집이 된 아이의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현재의 시점에서 살아있는, 그리고 태어날 인간의 DNA를 편집하는 일을 저지르는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를 전면 폐지해야 하는가?

 

유전체에 변이 유전자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현실이 될 것이다. 청력 상실, 당뇨, 겸상 세포 질환, 조현병 등 정말 많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연구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체외 수정을 '시험관 아기'라고 부르며 비판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까지 500만명이 넘는 아기가 태어났다.

 

기술의 발전에는 음과 양이 분명히 존재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정말 빨라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를 마련하기도 전에 쏜쌀같이 앞으로만 나가곤 한다. 인류 전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윤리적,도덕적인 기준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움직임도 연구 그 자체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더욱 아름다울수 있다고 생각한다.